1일 저녁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저녁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이태원로 173-7 인근에 눈물 젖은 국화꽃이 가득 쌓였습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다 55평의 좁고 경사진 작은 골목에서 비명횡사한 156명의 생때같은 청춘을 시민들이 추모한 흔적입니다. 삽시간에 벌어진 참극 앞에서 말문이 막힌 재계도 못다 핀 꽃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창립기념일을 맞았습니다. 대대적인 비전 선포가 예상된 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국민적인 애도의 동참에 보다 집중했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내부 축하 공연을 취소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기념식을 시작하는 등 간소하게 행사를 치렀습니다. 이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3일 창립 56주년을 앞두고 있는 효성그룹은 아예 기념식을 열지 않기로 했습니다. 참사를 애도하는 분위기를 고려해 기념식을 생략하기로 한 것입니다. 조현준 회장 명의의 기념사가 공유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계에서 분향소를 가장 먼저 찾은 이들은 현대중공업그룹 경영진입니다. 전날 권오갑 HD현대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부회장,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사장 등은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하며 고인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현대축구단의 K리그 우승 기념 팬 사인회도 취소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현대차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양재동 본사 등 국내 사업장에 조기를 걸었습니다. 그룹 SNS 계정 로고는 검은색으로 변경했습니다.

LG그룹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국화 이미지를 게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태원 참사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며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애도 메시지를 적었습니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 등도 핼러윈 관련 마케팅 활동과 오프라인 행사 등을 취소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연중 최대 행사인 ‘쓱데이’를 취소했습니다. 이마트는 점포 내 핼러윈 관련 게시물과 홍보물을 제거했습니다. 행사 부스도 철수했습니다. 핼러윈을 맞아 제작한 관련 상품들도 모두 수거하거나 폐기했습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모든 계열사의 행사 취소도 결정했습니다.

롯데그룹은 활발하게 진행 중이던 롯키데이 관련 홍보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핼러윈과 관련된 모든 이벤트를 철수했습니다. 롯데면세점은 모델들의 핼러윈 컨셉 화보 공개를 취소했습니다. 롯데마트도 핼러윈 관련 포스터나 이미지를 제거했습니다. 장난감 전용 매장인 토이저러스도 핼러윈과 관련된 홍보물을 철거했습니다.

경제단체들도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은 분향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이들은 성명을 내고 “기업 차원에서 안전사회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재계를 이끄는 이들 중에는 50·60년대 ‘보릿고개 세대’가 적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들에게 ‘MZ 세대’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은 핼러윈 데이를 이해시키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적어도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려 노력했습니다. 검은 리본을 단채 분향소를 찾고, 예정된 행사와 이벤트를 줄줄이 취소하거나 축소한 것이 그 예입니다.

이 와중에 술판을 벌인 일부 얼빠진 정치인들과는 확연히 달라 보입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유족과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술자리 논란으로 이들의 눈물을 희석시켰습니다. 입을 맞춘 듯 “예정된 약속”이라는 변명으로 유족과 국민의 눈물을 더욱 짜냈습니다.

애도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뜻입니다. 모임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애도를 표해서야 될까요? 국민의 삶을 돌본다는 정치인들이 국가애도기간을 부정하는 걸까요? 불요불급한 행사는 ‘취소’하면 된다는 것을 기업인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가애도기간은 11월5일 자정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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