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2022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2022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SK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지난 19~21일 제주도에서 SK그룹의 ‘CEO 세미나’가 진행됐습니다. SK가 경영전략 구상을 가다듬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매년 여는 행사입니다. 의제가 가볍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올해는 유독 최태원 회장의 표정이 밝지 않아 보였습니다. 기업들이 대체적으로 경영환경 여건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 한숨짓게 만든 모양입니다.

최 회장의 불안감은 그가 세미나에서 언급한 ‘이우위직 이환위리’(以迂爲直 以患爲利)에서도 읽힙니다. ‘다른 길을 찾음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고난을 극복해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뜻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리더의 열독서로 꼽히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어구입니다. 미중 갈등과 경기침체 등 악화일로인 대외 변수들을 함축적으로 비유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 회장은 “경영 환경이 어렵지만 비즈니스 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이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요소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해 지속적인 성장성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주문했습니다.

거시 환경의 위기 요인이 추가로 증가하는 등 차후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 수립을 지시한 것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주목된 것은 최 회장의 표정과 손자병법 어구뿐만이 아닙니다. 최 회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습니다.

그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데이터 기반 경영전략 실행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CFO의 역할론을 강조했습니다.

총수가 공개 석상에서 구체적인 직책을 거론하며 역할론을 언급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닙니다. 최 회장의 발언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계열사별로 실적 관리를 잘하라는 일종의 경고의 뜻으로 보입니다. 임원들로선 ‘신상필벌’로 받아들여질 만합니다. 실적이 저조한 계열사 CFO들은 좌불안석일 것입니다. 승진에 예민한 이들은 더욱 그럴 만도 합니다.

SK에서 CFO는 최고경영자(CEO)로 가는 엘리트 코스이기 때문입니다. SK가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온 만큼, CFO의 위상은 남다릅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그룹 내 대표적인 CFO 출신입니다. 조 의장은 SK와 SKC&C의 합병을 주도하며 그룹 지배구조를 완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지주사인 SK㈜의 장동현 부회장도 CFO를 지냈습니다.

SK는 매년 12월 첫째 주에 임원 인사를 실시합니다. 승진 심사가 한 달이 조금 넘게 남은 시점에 공개석상에서 CFO의 역할을 강조한 최 회장의 의중에 재계의 이목이 쏠립니다. 경각심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겠지만,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큰 성장을 거두면 승진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으려는 저의도 엿보입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 5조5000억원대로 지난해(1조7542억원) 대비 200% 이상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전망인 SK이노베이션을 계열사 전체의 롤모델로 삼았을 수도 있습니다. 올해 SK 인사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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