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없는 외교전쟁서 허위보도는 국민에 악영향"
"'이 XX들' 입장 안 밝힐 것…야당 지목한 것 아냐”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에 입을 열었다. 논란이 제기된 지 나흘만이다. 윤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규정하며,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외교안보라인 문책과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화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데다 여론마저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면서 “진상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그 어떠한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진상규명'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함께 국가안보실의 김성한 실장과 김태효 1차장 등 외교안보라인을 문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한 협박 정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 도전”이라면서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국민께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정청래 최고위원도 “전두환 정권은 박종철 열사 사건 때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거짓말이 탄로 나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며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 이후 야당이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자 대통령실은 재차 수습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순방외교와 같은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에서 허위보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동맹을 희생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그 피해자는 다름 아닌 국민이라는 점을 (윤 대통령이) 강조하려 했던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문제가 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고 13시간만에 입장을 밝힌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전 언급한 ‘바이든인지, 날리믄인지, 발리믄인지 다양하게 들릴 수 있으니 확인해 봐야 한다’고 한 발언을 소개하며 “‘바이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민주당 스스로 시사했다고 본다”면서 “지금까지 명확한 사실관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단어로 알려지고 그것이 아님을 확인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면서 “13시간 이후 해명한 것이 아니라 순방기간 13시간을 허비했다”고 덧붙였다. 

비속어 논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재차 강조했지만 '바이든'이란 단어를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그럴 맥락이 아니었음에도 동맹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으로 보도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바로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대상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야당을 지목한 것이 아니다”며 “대통령실이 나서서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여건도 녹록지 않다. 여당에서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을 달군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집권여당이 내분을 거듭하고 있는 등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을 조기에 수습해 국정 운영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정치가 부재하다 보니 일종의 해프닝이 정쟁, 태풍의 눈으로 돼 버렸다”면서 “죽기 살기로 말꼬리를 잡고 싸우기보다는 한 걸음씩 물러나 침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적당한 표현이 나오지 않아 죄송하다'라고 말하면 끝날 문제인데 해명하는 과정에서 전 국민을 바보로 만들어 버렸다"면서 "거짓말로 거짓말을 숨기면서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것은 '자충수'가 돼 결국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층도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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