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가 지난 8월15일 이후 달라졌습니다.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취업제한 족쇄가 풀린 뒤 그간 가려졌던 일정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내부 소통’을 활발하게 하며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데 열심입니다. 직원들은 적극 호응합니다. 특히 MZ직원들이 K팝 아이돌을 대하듯 환호합니다. 가수 지드래곤을 본따 ‘재드래곤’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 부회장의 ‘스킨십 경영’은 시기적으로 의미심장합니다. 머지않아 회장으로 취임할 것이란 전망이 무성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2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 부회장은 연일 파격적인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복권 이후 공식 일정만 세 번에 달합니다. 현장 방문 행사 주기는 점차 빨라지는 모습입니다.

첫 대외 일정은 지난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R&D(연구개발)단지 기공식 참석입니다. 이 부회장은 기흥과 화성 사업장을 둘러보며 직원들과 셀카를 찍는 등 격의 없는 모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출근 전 자신과 사진을 찍어오겠다고 아내에게 큰소리 친 직원을 위해 영상통화를 거는 허심탄회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24일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방문 현장에서는 직원들과 사진 찍는 데 거리낌 없는 이 부회장을 위해 최성안 사장이 일일 카메라맨 노릇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어린이집을 찾아 보육교사들에게 육아휴직 등을 질문하는 등 ‘복지 경영’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26일엔 경기 수원사업장에서 회사의 미래인 MZ세대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경영진이 아닌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 파격적인 행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게이밍모니터와 TV 등 차기 전략 제품의 특징과 컨셉을 보고 받았다는 점에서 형식 파괴의 폭은 큽니다.

젊은 직원들의 고민과 관심사를 들어보기 위해 간담회도 가졌습니다. 한 직원이 셀카를 찍기 위해 ‘갤럭시Z플립’을 꺼내자 이 부회장 역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포즈를 함께 취하며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오너가 온다면 자리를 피하는 게 보통인 직장인 사회에서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이 부회장의 스킨십 강화는 약속의 일환입니다. 지난 6월 유럽 출장에서 돌아와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특히 셀카를 거부감 없이 찍고,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는 등 기업 수장으로서 결단하기 힘든 ‘인싸력’을 뽐내는 모습은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재계에서 쉽사리 구경할 수 없는 일종의 ‘볼거리’입니다. 내부 의견을 적극 경청해 이를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그는 취업제한이 풀리기 전부터 직원과의 만남을 갖고 싶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참에 향후 다른 사업장도 순차적으로 방문해 소통하는 기회를 늘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직원과의 소통 행보는 이 부회장이 ‘회장 취임’으로 가는 관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간 재계에선 삼성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 부회장이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2012년 12월 이후 어느덧 10년째입니다. 4대그룹 총수 가운데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이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재계 서열 1위 수장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악화한 2014년 이후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경영자로서 경험은 충분히 쌓았다는 평가입니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나서기 위해선 제대로 된 직함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안지는 모습에서 벗어나 ‘책임경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이 부회장의 승진 시점으로는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1일이 우선 거론됩니다. 또 부친이 회장직에 올랐던 12월1일도 언급됩니다. 혹은 사장단 정기 인사 시즌인 12월도 유력합니다. 이 같은 전망 중 하나가 맞아 떨어지면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회장직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상 직함이 아닌 회장의 승진은 경영진이 결정만 하면 됩니다.

‘이재용 체제’가 구축되면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회장을 도와 그룹 미래 성장의 큰 그림을 그리는 조직입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해체된 미전실의 역할은 현재 사업 부문별로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대신하고 있지만, 삼성 전체 계열사 간 역할을 조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계기로 삼성 경영에 대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는 셈입니다.

물론 국정농단 사슬을 갓 끊어낸 이 부회장이 당분간 숨고르기 할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현재 계열사 부당 합병과 회계 부정 등의 혐의로 진행 중인 재판이 더 있는 데다, 1심 결과조차 나오지 않아 장기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남은 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또 다시 취업 제한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현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경영 보폭의 확대를 서두를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만약 본격적인 총수 행보가 시작되면 이 부회장이 그간 구상해온 ‘뉴삼성’ 비전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전망입니다. 그는 지난 2020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언급하며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싶다는 발언입니다. 마침 경영 능력을 검증받을 상황이 생겼습니다. 미·중 반도체 갈등으로 안갯속에 놓인 반도체 사업의 적절한 대응 방향을 내놓으면 됩니다.

조부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의 중요성을 역설한 ‘도쿄 선언’과 부친 이건희 회장이 변화의 당위성을 강조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버금가는 신(新)경영 비전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스킨십 경영으로 기반을 다지고 있는 이 부회장이 해야 할 다음 과제입니다.

키워드

#이재용 #삼성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